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논어 술이부작, 짓지 않는다는 겸손

 述而不作(술이부작)은 공자가 옛것을 전할 뿐 새로 짓지 않는다고 밝힌 자기 규정입니다. 창작(作)보다 전달(述)을 앞세운 겸손의 태도로, 옛것을 믿고 좋아한다는 뒷구절인 信而好古(신이호고)와 한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정작 공자는 춘추(春秋)를 "지었다"고 알려져 있어, 처음 접하면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이 모순처럼 보이는 지점이 이 글에서 풀어볼 핵심 소재입니다.

논어 술이편 · 공자의 자기규정짓지 않는다던 공자가역사책을 지은 이유述而不作 信而好古 — 옛것을 전할 뿐, 짓지 않는다심(心)부자

옛것이 끊기지 않고, 그대로 오늘로 펼쳐진다

차례

  1. 술이부작, 무슨 뜻일까
  2. 그런데 공자는 왜 춘추를 지었을까
  3. 술이부작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4. 술이부작을 오늘 이렇게 적용해보면
  5. 궁금한 점 더 짚어보기
  6. 정리

술이부작, 무슨 뜻일까

옛 두루마리가 끊김 없이 펼쳐져 이어지는 모습으로, 짓지 않고 옛것을 그대로 전한다는 술이부작의 뜻을 표현한 이미지
옛것이 끊기지 않고, 그대로 오늘로 펼쳐진다

논어(論語)라는 책을 처음 접한다면 논어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면 이해가 한결 쉬워집니다. 오늘 다룰 술이부작(述而不作)은 술이편(述而篇) 1장(7-1)에 나오는 구절로, 누군가와 주고받은 대화가 아니라 공자가 스스로를 두고 남긴 독립적인 자기 진술입니다.

子曰: 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자왈: 술이부작, 신이호고, 절비어아노팽)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옛것을 전할 뿐 새로 짓지 않으며 옛것을 믿고 좋아하니 슬며시 나를 노팽(老彭)에게 견주어본다는 뜻입니다. 述(술)은 이미 있던 것을 옮겨 전한다는 뜻이고, 作(작)은 이전에 없던 것을 처음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송(宋)나라 학자 주희(朱熹)는 논어집주(論語集注)에서 이 구절을 풀이하며, 述(술)은 옛것을 그대로 전하는 데 그치는 것이고 作(작)은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구분했습니다. 그러면서 作(작)은 오직 성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述(술)은 현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구분述(술)作(작)
옛것을 전하다처음으로 짓다
누가 할 수 있는가현자도 가능성인만 가능
술이부작에서의 역할공자가 스스로 택한 자리공자가 낮춘 자리

논어 원문 전체는 위키문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논어 술이편 원문 보기

노팽(老彭)은 누구일까

노팽(老彭)은 상(商)나라의 현자로, 옛것을 전하기를 좋아한 인물로 보는 설이 유력합니다. 공자가 자신을 노팽에게 슬며시 견주어본다고 말한 것도, 그런 태도를 본받고 싶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다만 노팽을 팽조(彭祖) 한 사람으로 보거나, 노자(老子)와 팽조(彭祖) 두 사람을 함께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이설도 있습니다.

그런데 공자는 왜 춘추를 지었을까

술이부작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 가지 걸리는 대목이 있습니다. 맹자(孟子) 등문공하편(滕文公下篇)에는 孔子懼, 作《春秋》(공자구, 작춘추)라는 구절이 있는데, 공자가 두려워하여 춘추(春秋)를 지었다는 뜻입니다. 述(술)이 아니라 분명히 作(작), 즉 짓다라는 글자를 쓰고 있습니다.

게다가 춘추가 완성되자 亂臣賊子懼(난신적자구), 곧 어지러운 신하와 불효한 자식들이 두려워했다는 유명한 평가까지 뒤따릅니다. 옛것을 전할 뿐 짓지 않는다던 사람이 정작 새 책을 지었고, 그 책이 세상을 흔들었다는 이야기이니 언뜻 앞뒤가 맞지 않아 보입니다.

이 모순을 주희(朱熹)도 논어집주(論語集注)에서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시경(詩經)과 서경(書經)을 추리고, 예(禮)와 악(樂)을 정리하고, 주역(周易)의 뜻을 풀이하고, 춘추(春秋)를 지은 일 모두 선왕(先王)들이 남긴 옛것을 전한 것일 뿐 새로 창작한 게 아니라고 해명한 것입니다. 겉보기엔 새 책을 짓는 작업 같아도, 공자 스스로는 옛 뜻을 정리해 후대에 전하는 일이라고 여겼다는 뜻입니다.

술이부작은 어떻게 이어졌을까

술이부작의 태도는 공자 한 사람에서 그치지 않고, 후대 역사 서술에도 흔적을 남겼습니다. 고려(高麗)의 김부식(金富軾)이 1145년에 펴낸 삼국사기(三國史記)가 대표적으로 꼽힙니다.

삼국사기는 중국 전통 역사학의 술이부작(述而不作)식 객관적 서술 자세를 이 땅에 뿌리내리게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함부로 새로 지어내지 않으려 한 태도가 이 책에도 이어졌다고 보는 것입니다. 다만 이 평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 부분은 아래 자주 묻는 질문에서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술이부작을 오늘 이렇게 적용해보면

옛것을 믿고 좋아한다는 信而好古(신이호고)의 태도는, 옛것을 다시 익혀 새 이치를 깨닫는다는 온고이지신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옛것을 존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거기서 새로운 이해를 끌어내는 태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두 구절은 한 뿌리에서 나온 셈입니다.

  • 어떤 자료를 다룰 때 원출처를 찾아보고 함께 밝히는 습관 들이기
  • 누군가의 생각을 정리해 전달할 때, 자기 생각처럼 포장하지 않기
  •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보다, 잘 전하는 일의 가치를 먼저 인정하기

옛것을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 자기 목소리를 담아내야 했던 공자의 고민은, 오늘날 창작과 편집의 경계를 묻는 논의와도 어딘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궁금한 점 더 짚어보기

Q. 술이부작은 논어 어느 편, 몇 장에 나오는 구절인가요?
A. 술이편(述而篇) 1장(7-1)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子曰: 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자왈: 술이부작, 신이호고, 절비어아노팽)"이라는 한 문장 전체가 이 장에 해당합니다.

Q. 술이부작이 창작 자체를 부정하는 뜻인가요?
A. 아닙니다. 述(술)은 옛것을 전하는 것, 作(작)은 새로 짓는 것을 가리키는 구분일 뿐, 창작을 무조건 낮춰보는 말이 아니라 공자 스스로를 낮춘 겸손한 자기규정에 가깝습니다.

Q. 삼국사기는 술이부작을 완전히 그대로 따랐나요?
A. 완전히 그대로는 아닙니다. 삼국사기에는 31칙에 이르는 논찬(論贊, 편찬자의 평)이 실려 있어, 김부식(金富軾) 자신의 견해도 함께 남겼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Q. 오늘날의 창작·저작권 논의와도 연결 지을 수 있나요?
A. 학술적으로 명확히 확인된 연결은 아니지만, 옛것을 존중하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담아야 했던 공자의 태도가 오늘날 창작과 편집의 경계를 묻는 논의와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는 있습니다.

정리

述而不作(술이부작)은 창작을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옛것을 전하는 일에 스스로를 낮춘 자리를 두는 태도였습니다. 춘추(春秋)를 지었다는 사실과 부딪히는 듯 보여도, 주희(朱熹)는 그 작업조차 선왕의 뜻을 전한 것일 뿐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슬며시 자신을 노팽(老彭)에게 견주어본다는 그 한마디에는, 옛것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려 한 마음이 오래도록 담겨 있습니다.

옛것을 배우다가 문득 자기 것처럼 말하고 싶어졌던 순간이 있었다면, 댓글에 남겨주시면 반갑겠습니다.

이 글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AI 기본법에 따라 이를 고지합니다. 혹시 원문 표기나 해석에서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시면 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논어 위정편, 나이마다 다르게 배워야 할 태도 — 지학·이립·불혹·지천명·이순·종심

  공자(孔子)는 나이 열다섯부터 일흔까지, 여섯 단계로 삶이 무르익어간다고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마음이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이 구절이 유독 와닿을 수 있습니다. 이 여섯 단계는 지학·이립·불혹·지천명·이순·종심이며, 논어 위정편 제4장(2:4)에 나오는 공자 자신의 회고입니다. 흔히 나이마다 지켜야 할 '정답표'처럼 인용되지만, 오늘날 자주 쓰는 '고희'와도 출전이 다르다는 점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논어 위정편 2:4 15세부터 70세까지 사람은 6단계로 자란다 15 지학 30 이립 40 불혹 50 지천명 60 이순 70 종심 지학·이립·불혹·지천명·이순·종심 — 나이마다 배워야 할 태도가 다르다 심(心)부자 나이는 흘러가도, 마음이 여무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차례 논어 위정편 원문과 직역, 출전은 어디일까 나이대별 여섯 단계, 한눈에 보기 지학에서 종심까지, 각 단계는 무엇을 뜻하는가 '고희(古稀)'와 '종심(從心)', 왜 자주 헷갈릴까 오늘날 이 구절을 읽는 법 궁금한 점 더 짚어보기 논어 위정편 원문과 직역, 출전은 어디일까 나이는 흘러가도, 마음이 여무는 속도는 저마다 다르다 이 여섯 단계는 논어 (論語), 즉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책의 위정편(爲政篇) 제4장, 흔히 2:4로 표기하는 구절에 실려 있습니다. 공자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이마다 어떤 경지에 이르렀는지 말한 대목입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려는 훈계라기보다는, 한 사람이 평생을 돌아보며 남긴 담백한 회고에 가깝습니다. 원문과 직역을 나란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원문 직역 출전 子曰:吾十有五而志于學,三十而立,四十而不惑,五十而知天命,六十而耳順,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자왈: 오십유오이지우학, 삼십이립, 사십이불혹, 오십이지천명, 육십이이순, 칠십이종심소욕, 불유구.) 나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 살에 홀로 섰으며, 마흔 살에 미혹됨이 없었고, 쉰 살에 하늘의 뜻(천명...

학이시습지 뜻과 논어 학이편 명언, 배움의 즐거움

  학이시습지는 배운 것을 반복해 익히면 기쁘다는 논어 학이편의 첫 구절입니다. 분명히 이해했다고 생각한 것도 며칠만 지나면 가물가물해지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배움 자체를 삶의 기쁨으로 여기는 태도를 담고 있는 이 말은, 뒤이어 나오는 두 구절과 함께 읽으면 배움과 우정, 인격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고전 인문 · 논어 학이편 學而時習之 배운 걸 또 반복하면, 정말 기뻐질까? 논어 학이편 제1장 · 學而時習之의 진짜 의미 심(心)부자 반복 속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배움의 기쁨 차례 학이시습지, 원문과 정확한 뜻 세 구절이 하나로 이어지는 이유 '習(습)'에 담긴 특별한 뜻 배우고 익히면 왜 기쁜가 논어 학이편이 첫 편에 놓인 이유 학이시습지, 오늘 우리 삶에 적용한다면 정리 궁금한 점 더 짚어보기 학이시습지, 원문과 정확한 뜻 공자와 제자들 원문은 "學而時習之,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입니다. 여기서 說(설)은 기쁠 열(悅)과 같은 뜻으로 쓰여 '열'로 읽습니다. 소리는 '설'이지만 뜻을 살려 '열'로 읽는 것이 표준 독법입니다. 이 구절이 실린 곳은 논어 학이편(學而篇) 제1장입니다. 논어는 스무 편으로 이루어진 책이고, 학이편은 그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오는 편입니다. 표준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 짧은 세 문장이지만 배움과 관계, 인격이라는 세 층위를 순서대로 담고 있습니다. 원문과 표준 번역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한국고전번역원 DB 에서 논어 학이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세 구절이 하나로 이어지는 이유 학이시습지는 흔히 첫 문장만 따로 인용되지만, 사실 전체 흐름 속에서 읽어야 뜻이 온전히 드러납니다. 원문 전체는 "學而時習之,不亦說乎...

논어란 무엇인가,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 총정리

  논어는 공자 사후 제자들이 스승의 말과 행동을 모아 엮은 대화 기록입니다. 이름은 익숙해도 막상 누가 언제 왜 엮었는지는 잘 모르고 지나치기 쉽습니다. 공자가 직접 쓴 책이 아니라, 제자와 후대 제자들이 전승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며, 총 20편으로 구성되어 오늘날까지 사서(四書, 유교의 핵심 경전 네 종) 가운데 하나로 읽힙니다. 論語 고전 인문 · 논어 시리즈 ① 2500년 전 대화가 지금까지 남은 이유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 『논어』, 총 20편 사서(四書) 중 하나 공자 BC 551~479 · 노나라 출신 2500년을 건너 지금 우리 곁에 앉은 스승과 제자의 대화 차례 논어는 누가, 언제, 어떻게 엮었나 '논어'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 논어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논어는 왜 사서(四書)의 하나가 되었나 논어를 남긴 공자는 어떤 인물인가 논어의 한 구절 살펴보기 정리 논어는 누가, 언제, 어떻게 엮었나 죽간에 새긴 말 한줄이, 시간을 건너 지금 여기 논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한 사람이 어느 한 시점에 완성한 책이 아니라, 여러 세대를 거치며 조금씩 형태를 갖춘 기록물에 가깝습니다. 그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자 사후, 곁에서 스승을 모셨던 제자들이 그의 말과 행동을 기억나는 대로 기록하고 구전으로 전했습니다. 이후 여러 세대에 걸쳐 후대 제자들이 이 기록들을 모으고 다듬어 편찬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전한(前漢, 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 말에 이르러 장우라는 인물이 노논어(魯論語)를 중심으로 여러 판본을 대조하고 교정했습니다. 이 장우의 교정본이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논어 판본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편찬 과정을 알고 나면, 논어를 읽을 때 문장 하나하나가 왜 짧고 압축적인지도 조금 더 이해가 됩니다. 스승의 말을 오래 기억하고 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듬어진 문장들이기 때문입니다. '논어'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 '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