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기위(不在其位) 불모기정(不謀其政)은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논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자리는 넘지 않되, 마음까지 거두지는 않는다 — 부재기위 불모기정이 그은 경계선
회의 자리에서 남의 부서 일에 훈수를 두다가 정작 분위기만 어색해진 경험, 한 번쯤 떠오르실 겁니다. 논어(論語) 태백편(泰伯篇)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로, 헌문편(憲問篇)에도 같은 문장이 한 번 더 등장합니다. 다만 이 말은 무관심하라는 뜻이 아니라, 자기 직분의 경계를 넘지 말라는 당부에 가깝습니다.
차례
- 부재기위 불모기정이란 — 태백편 원문으로 보기
- 증자가 덧붙인 한마디, 그리고 주역과의 연결
- 자칫 오해하기 쉬운 말 — 무관심이 아니라 월권 금지
- 오늘의 조직에 적용해보면
- 궁금한 점 더 짚어보기
- 정리
부재기위 불모기정이란 — 태백편 원문으로 보기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태백편(泰伯篇)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子曰:「不在其位,不謀其政。」(자왈: 부재기위, 불모기정) 풀이하면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논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후 유학자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인용된 구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문장이 논어 안에서 두 번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헌문편(憲問篇)에도 똑같은 문장이 한 번 더 실려 있는데, 그 바로 뒤에 증자(曾子)가 덧붙인 한마디가 이어집니다. 같은 말이 반복된 것을 보면 공자 문하에서도 그만큼 중요하게 여겨진 가르침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편명(篇名) | 수록 위치 | 특징 |
|---|---|---|
| 태백편(泰伯篇) | 14장 | 공자(孔子)의 말만 단독으로 실림 |
| 헌문편(憲問篇) | 27장 | 같은 문장 뒤 증자(曾子)의 부연이 이어짐 |
증자가 덧붙인 한마디, 그리고 주역과의 연결
헌문편(憲問篇)에서 증자(曾子)는 공자의 말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曾子曰:「君子思不出其位。」(증자왈: 군자사불출기위) "군자는 생각이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은 증자가 새로 지어낸 말이 아닙니다.
주역(周易) 간괘(艮卦)의 상전(象傳, 괘의 뜻을 풀이한 글)에 이미 나오는 문구를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원문은 「兼山,艮;君子以思不出其位。」(겸산, 간. 군자이사불출기위)로, "두 산이 겹쳐 있는 것이 간괘(艮卦)의 상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생각이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간괘는 64괘 가운데 52번째 괘로, 주역(周易) 하경에 속합니다(위키문헌 주역하 원문). 논어를 배운 제자가 주역의 문구를 끌어와 스승의 말을 부연한 셈인데, 두 경전이 이렇게 맞닿아 있다는 점이 이 구절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읽게 합니다.
자칫 오해하기 쉬운 말 — 무관심이 아니라 월권 금지
이 구절은 자칫 "내 일 아니면 신경 끄자"는 식의 무사안일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자(程頤)의 주석은 이 뜻을 분명히 선을 긋습니다. 주희(朱熹)의 논어집주(論語集注)에 인용된 정자의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不在其位,則不任其事也。若君大夫問而告者則有矣。」(부재기위, 즉불임기사야. 약군대부문이고자즉유의)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일을 맡지 않는다는 것일 뿐, 군주나 대부가 물어서 답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자기 권한 밖의 일을 함부로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
- 다만 누가 물어오면 의견을 답하는 것까지 막는 말은 아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공자가어(孔子家語) 치사편(致思篇)에 전합니다. 자로(子路)가 포(蒲) 땅을 다스리던 시절, 폭우에 대비해 도랑을 정비하던 중 백성들이 굶주리자 자기 사재를 털어 밥과 국을 나눠주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공자는 자공(子貢)을 보내 그 일을 막게 했고, 자로가 항의하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汝以民為餓也,何不白於君,發倉廩以賑之?而私以爾食饋之,是汝明君之無惠,而見己之德美矣。汝速已則可,不則爾之見罪必矣。」(여이민위아야, 하불백어군, 발창름이진지. 이사이이식궤지, 시여명군지무혜, 이견기지덕미의. 여속이즉가, 불즉이지견죄필의) "백성이 굶주린다고 여겼으면 어찌 임금께 아뢰어 창고를 열게 하지 않고, 사사로이 네 밥을 나눠주었느냐. 이는 임금의 은혜 없음을 드러내고 네 덕만 드러내는 것이다. 빨리 그만두지 않으면 반드시 죄를 얻으리라"는 뜻입니다. 선의로 한 일이라도 자기 권한의 경계를 넘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짧은 일화가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늘의 조직에 적용해보면
이 말을 지금의 조직 생활에 옮겨보면, "내 담당이 아니니 목소리도 내지 말라"는 뜻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의견을 내고 아이디어를 보태는 것과, 남의 권한과 책임까지 대신 행사하려 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자리가 정해준 권한과 책임의 경계는 지키되, 정작 자기 역량까지 한 분야에 가둘 필요는 없다는 균형점이 이 구절 안에 담겨 있습니다.
비슷한 결의 개념으로 군자불기가 있습니다. 군자는 한 가지 쓰임에만 갇힌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인데, 자리는 지키되 역량은 여러 방면으로 넓혀야 한다는 점에서 부재기위 불모기정과 서로 다른 방향에서 균형을 이야기하는 구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더 짚어보기
Q. 부재기위 불모기정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A. 논어(論語) 태백편(泰伯篇)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로,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논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헌문편(憲問篇)에도 같은 문장이 한 번 더 나옵니다.
Q. 이 말이 무사안일을 정당화하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정자(程頤)는 이 말이 "그 일을 맡지 않는다"는 뜻일 뿐, 물어오면 답하는 것까지 막는 말이 아니라고 풀이했습니다.
Q. 증자가 덧붙인 말은 어디서 나온 건가요?
A. 헌문편(憲問篇)에서 증자(曾子)가 덧붙인 "군자사불출기위"라는 말은 주역(周易) 간괘(艮卦) 상전(象傳)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Q. 자로의 일화는 무엇을 보여주나요?
A. 자로(子路)가 굶주린 백성에게 사재로 밥을 나눠준 일을 공자(孔子)가 만류한 이야기로, 선의라도 자기 직분의 경계를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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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는 넘지 않되, 마음까지 거두지는 않는다 — 부재기위 불모기정이 그은 경계선 |
자로(子路)가 굶주린 백성 앞에서 밥그릇을 내밀다 멈칫했을 그 순간을 떠올려보면, 선의와 월권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자리를 지킨다는 건 무관심이 아니라, 그 경계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망설였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들려주시면 반갑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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