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如不及,猶恐失之(학여불급, 유공실지)는 배움을 뒤쫓듯 절박하게, 이미 배운 것은 잃을까 두렵듯 성실하게 대하라는 뜻입니다. 가만 보면 오래 남는 배움은 대개 아등바등 다시 붙잡아본 사람에게만 남습니다. 이 말은 논어 태백편(泰伯篇)에 실린 공자의 말이며, 나아가는 태도와 지키는 태도 둘 다를 담고 있습니다.
등잔불과 두루마리를 잇는 둥근 화살표, 논어가 말하는 학여불급 유공실지
차례
학여불급 유공실지, 무슨 뜻인가
태백편(泰伯篇)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子曰:學如不及,猶恐失之。(자왈: 학여불급, 유공실지)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움은 마치 따라가지 못할 듯이 하고, 오히려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듯 하라." 여덟 글자 안에 배움을 대하는 두 가지 태도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學如不及(학여불급)은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을 향해 절박하게 나아가는 마음입니다. 반대로 猶恐失之(유공실지)는 이미 배운 것을 놓칠까 봐 조심스레 다시 붙드는 마음입니다. 방향은 서로 다르지만, 둘이 함께 있어야 온전한 배움의 자세가 됩니다.
| 구분 | 대상 | 의미 | 방향 |
|---|---|---|---|
| 學如不及(학여불급) | 아직 배우지 못한 것 | 뒤쫓듯 절박하게 다가감 | 앞으로 나아가기 |
| 猶恐失之(유공실지) | 이미 배운 것 | 잃어버릴까 두려워하며 지킴 | 붙들어 지키기 |
다만 이 구절의 장 번호는 판본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매겨집니다. 태백편 17장으로 보는 자료도 있고 18장으로 표기한 자료도 있으니, 장 번호는 참고 정도로만 봐 주시면 됩니다. 원문은 위키문헌 태백편에서 전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움을 대하는 이런 자세는 배움 자체를 기뻐하는 마음을 다룬 학이시습지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주석가들은 이 여덟 자를 어떻게 풀었나
짧은 여덟 글자를 두고 역대 주석가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결로 풀이했습니다.
- 하안(何晏)은 배움을 향해 뒤처질까 조바심 내는, 절박한 마음가짐 쪽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 황간(皇侃)은 이를 급히 얻고자 서두르는 마음으로 풀었습니다.
- 주희(朱熹)는 悚然(송연) — 두려워하며 조심하는 마음가짐으로 이 구절을 설명했습니다.
- 청나라 학자 유보남(劉寶楠)은 배움의 초기 단계와 그 이후 단계로 나누어 이 태도를 설명했습니다.
유보남은 자하(子夏)가 남긴 말도 함께 짚었습니다. 日知其所亡,月無忘其所能(일지기소무, 월무망기소능) — 날마다 자신이 모르던 것을 알아가고, 달마다 이미 할 수 있는 것을 잊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여러 주석을 겹쳐보면, 學如不及 猶恐失之(학여불급 유공실지)는 단순한 조급함이 아니라 겸손과 성실한 복습이 함께 어우러진 이중의 태도라는 게 드러납니다. 배우기를 싫증 내지 않았던 학이불염 회인불권과도 같은 결에서 읽을 수 있는 말입니다.
이 여덟 글자를 실제로 살아낸 사람, 소옹
이 여덟 글자를 말 그대로 살아낸 인물이 있습니다. 북송(北宋)의 학자 소옹(邵雍, 1011~1077)입니다. 서른 살 무렵 스승 이지재(李之才)에게서 선천도(先天圖)를 전수받으며 본격적으로 주역(周易) 공부를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그 공부 방식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다음 세 단계를 거치며 주역을 통째로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 주역 전문을 손으로 직접 베껴 썼습니다.
- 베낀 글을 자기 방 벽에 붙여두었습니다.
-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벽 앞을 오가며 소리 내어 반복해 읽었습니다.
등잔 기름을 살 돈조차 없을 때는 먹을 것을 내놓고 기름과 바꿔가며 공부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이미 배운 것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매일 다시 붙드는 태도, 猶恐失之(유공실지)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논어와 주역, 이 블로그가 함께 다루는 두 축이 소옹이라는 한 사람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렇게 실천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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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잔불과 두루마리를 잇는 둥근 화살표, 논어가 말하는 학여불급 유공실지 |
- 미뤄뒀던 배움 하나를 오늘 딱 하나만 정해 시작해보기
- 평소라면 눈길도 안 줬을 낯선 분야를 굳이 하나 골라보기
- 일주일 전에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꺼내 확인해보기
- 잊고 싶지 않은 메모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붙여두기 — 소옹이 주역을 벽에 붙여두었던 방식과 같은 이치입니다
무엇을 좋아하고 즐기는지를 다룬 지지자불여호지자 역시, 결국 이런 꾸준한 되새김이 쌓여야 다다르는 자리입니다.
궁금한 점 더 짚어보기
Q1. 학여불급 유공실지는 논어 어디에 나오나요?
A1. 논어 태백편(泰伯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입니다. 판본에 따라 17장 또는 18장으로 장 번호를 다르게 매기기도 합니다.
Q2. 학여불급과 유공실지는 서로 다른 태도인가요?
A2. 네. 학여불급은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을 향해 나아가는 태도이고, 유공실지는 이미 배운 것을 지키려는 태도입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함께 있어야 완성되는 짝입니다.
Q3. 소옹은 어떤 인물인가요?
A3. 북송(北宋)의 학자로, 이지재(李之才)에게 선천도(先天圖)를 배우며 주역(周易)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주역을 손으로 베껴 벽에 붙여두고 매일 반복해 읽은 일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Q4. 이 말은 조급함을 강조하는 말인가요?
A4. 조급함만을 강조하는 말은 아닙니다. 절박하게 나아가는 태도와, 배운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신중함이 함께 담긴 말입니다.
정리
소옹은 등잔 기름이 떨어지면 먹을 것을 내놓아 기름과 바꾸었다고 합니다. 배를 채우는 대신 등불을 택했던 그 밤들이, 學如不及 猶恐失之(학여불급 유공실지) 여덟 글자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릅니다.
잊을까 봐 다시 펼쳐본 노트나 메모, 하나쯤 있으시다면 댓글에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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